Q. 아이가 틱장애이거나 뚜렛증후군일까 봐 걱정돼요 - A. 틱장애 뚜렛증후군 30년 겪은 이야기가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런 고민을 하시는 분들은 틱장애나 뚜렛증후군이 무엇인지는 이미 알고 계실 거라 생각되어, 용어 설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제가 30년간 겪은 틱 장애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직접 겪은 사람의 이야기가 지금의 불안한 당신의 마음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입니다.
'버릇'이 아니라 '틱 장애'
저는 경증의 운동틱을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 알게 된 건 대학교 입학 후 인데, '아, 이런 걸 틱이라고 부르는구나' 하고 알게 된 뒤에 돌이켜보니 초등학교 때부터 증상이 있었습니다. 지금 마흔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틱 장애를 가지고 있고요.
제 증상은 몸의 어떤 부위를 무의식적으로 움직이는 것입니다. 지금은 목과 머리를 자주 움직이는데, 같은 부위에서 계속 틱 증상이 있는 게 아니고, 몇 달은 손가락이 그랬다가, 몇 달은 배를 그랬다가, 몇 달은 머리를 그랬다가 합니다. 제 경우에는 목과 머리가 가장 빈번하고 지속되는 기간이 길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그랬는데, 아무도 몰랐어요. 그 시절에는 '틱' 이나 '뚜렛증후군'이라는 말 자체를 사람들이 모를 시절이어서 그랬던 거 같습니다. 그냥 '버릇'이라고 생각했죠.
대학교 입학 후, 선배 한명이 저한테 "너는 하루에 인사를 몇 번이나 하는 거야?" 하더라고요. 계속 고개를 까딱거린다고요.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아 이게 다른 사람 눈에 이상하게 보이는구나. 문제가 있구나. 하고요.
그러던 중에 신문에서 '틱 장애'에 관한 기사를 우연히 보게 됩니다. 읽어보니 완벽히 제 이야기였어요. 관심을 가지고 나니 티비에서 틱 장애 환자들을 다룬 프로그램도 보게 되더라고요. 거기에 나온 사람들처럼 심한 경우는 아니었지만, 제 증상이 단순히 버릇이 아니고 틱 장애구나 하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어요.
정신과 상담, 약 처방
저는 밥을 못먹거나, 주변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릴 만큼 운동틱이나 음성틱이 있는 게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보인다는 생각에, 그리고 나중에 취업을 위해 면접을 볼 때 불리하게 적용할까 봐 정신과를 찾아가 봤습니다.
정신과에서는 어린 시절 집안에 문제가 있어서 우울하게 자라거나, 불안하게 자라면 이런 증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증세를 진정 시킨다며 약을 처방해 줬습니다.
처방받은 약이 어떤 것인지 찾아보니, 몸을 둔하게 만들고 가만히 있게 만드는 약이었어요. 주로 정신병원에서 통제 안 되는 정신병 질환자들을 진정시키는 목적으로 사용한다고 하더라고요. 한 3일 먹어보니 기분이 축 처지고 별로 였어요. 그래서 약은 안 먹기로 했습니다.
증상을 참아보려는 노력, 효과와 부작용
약을 안먹기로 한 대신, 스스로 틱을 조절해 보려고 노력해 봤습니다.
특히나 목을 계속 움직이는 틱 증상은 목 디스크를 유발한다고 하더라고요.
이대로 그냥 두면 안 될 것 같았습니다.
일단 취업을 위한 면접시 이상하게 보이지 않기 위해서, 5분 정도를 의식적으로 몸을 통제하려고 노력해봤어요.
5분 정도를 참으면 참을 수도 있겠더라고요.
그런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마치 숨을 오랫동안 참고 나면, 헉헉 거리며 숨을 내뱉게 되는 것처럼, 틱 증세도 참고 나면 증세가 폭발적으로 나타나더라고요. 제가 통제할 수 없을 만큼 평소와 다르게 빠르게 자주 일어났습니다.
틱 증세를 억지로 참으면 안된다는 것을 몸으로 알 수 있었죠.
실제 도움이 된건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마음
이번에는 참으려 하지 말고, 내게 틱 장애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려 노력해봤습니다.
틱 증상이 느껴져도 참으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마음을 편안하게 느긋하게 가지려 노력했어요.
그리고 틈틈히 명상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명상을 배운 적은 없습니다. 그냥 눈을 감고,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려고 시간을 가졌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랬더니 이건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증세 자체도 완화되었고, 특히 누가 이상하게 여기거나, 혹시 틱이 있냐고 물어봐도 스트레스받지 않고 오히려 제가 상대방에게 설명해 줄 수 있었어요.
"내게 틱 증세가 있다. 어렸을 때 생긴거 같은데, 생활하는데 지장은 전혀 없다. 이런 사람들이 꽤 많이 있더라. 고치려고 병원도 가봤는데 고쳐지는 건 아니더라."
이렇게 설명하고 나면 오히려 상대방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다시 물어보거나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어른이 된 지금, 틱 장애를 갖고 산다는 건
다행히도 저는 대학교를 평범하게 졸업했고, 취업도 성공적으로 했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잘 살고 있습니다.
여전히 틱 증세는 계속 달고 살고 있죠. 그렇지만 예전만큼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습니다. 목 디스크가 걱정이 되긴 하는데, 그것만 잘 관리하면 될 거 같아요.
지금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아마도 아이가 틱 증상이 있어서, 우리 아이가 혹시 틱 장애가 있나? 뚜렛증후군이 있나? 어떻게 해야하지? 병원에 가봐야 하나? 걱정하시면서 관련된 글을 찾아보신 분들일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미 여러 가지 방법들을 읽어보신 분들이실 거예요. 신경정신과 상담, 약 처방, 글루타티온 섭취 등 여러 가지 찾아보셨을 것이고, 그중에 한 두 가지는 해보시기도 하셨을 겁니다. 저도 다 해봤어요.
틱을 느끼며 30년 이상 지내온 제 생각에는 중요한 건 이거 같아요.
부모님께서 아이의 증세가 '버릇'이던, '틱'이던, '뚜렛'이던 상관없이 아이를 소중히 여기고 사랑해 주는 것이요.
사랑해주는 방법은 아이가 신경쓰이는 증상을 보일 때, 그 증상에 대해서 아이에게 다그치지 않는 것입니다.
아이가 잘못한게 아닌데, 그 행동을 하지 말라고 하면 아이는 본인이 잘못한 것인 줄 알고 부모가 자신을 혼낸다고 생각합니다.
또, 그 증상이 신경쓰이더라도 최소한 아이 앞에서는 별거 아닌 것처럼 넘기세요.
그래야 아이도 아 이건 별거 아닌거구나, 걱정 안 해도 되는 거구나 하고 안심하고 마음을 편하게 가지게 되고, 그 증상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않게 됩니다.
앞에서도 말씀 드렸지만, 제가 참으려도 했다가 부작용이 있었다고 했잖아요? 그게 그 증상에 대해 계속 신경을 쓰니까 오히려 증세가 심해지더라고요. 아이가 그 증상에 대해 신경을 안 쓰도록 별거 아닌 것처럼 느끼게 해 주세요.
만약에, 아이는 별거 아닌 것처럼 느끼는데, 주변 친구들이나 주변 어른들이 신경을 쓰고 자꾸 언급한다면 그 사람들에게 협조를 요청하세요. '이 증세는 신경을 안 써야 증상이 완화되니, 언급하지 않아 줬으면 좋겠다.'라고요.
약이나 기타 영양제는 위에 말씀드린 것을 먼저 하면서 부가적으로 하는 선택사항이라고 생각합니다.
아! 그리고 하나만 더!
틱, 뚜렛에 대해 알아보다 보면, 어린 시절 가정에서 불안함을 느껴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유전적 요인인 경우가 많다. 같은 말들을 보게 되실 텐데요. 이런 걸 보면서 죄책감 느끼지 마세요.
아이의 증상을 눈치채고, 해결방안을 찾고 있다는 것이 당신이 아이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고, 사랑해 주고 있다는 증거니까요.
편안하고, 걱정 없는 가정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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